[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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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소리 열린 소리 제28집 표지 |
“우리가 추구하는 문학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정체를 언어적 수사 기법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수필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헤집는 일이며 무심함에서 자아를 찾는 것입니다. 깊은 사유는 깊이 있는 수필을 쓸 수 있는 근본이기에 끝없이 사유의 뜰을 넓혀가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전국을 무대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가고 있는 수필과비평작가회의(회장 변종호)가 스물 여덟 번째 동인지 <닫힌 소리 열린 소리>를 발간했다.
총 8부로 나눠 637쪽으로 제작된 이번 호는 156편의 주옥같은 작품이 실렸다. 기억의 곳간에 저장해 놨던 생각들을 한 올 한 올 풀어낸 각자의 개성과 문학적 기교가 도드라진 작품들이다.
눈여겨볼 작품으로는 미국 워싱턴 지부 박보라 작가의 수필, <닫힌 소리 열린 소리>. 이 작품은 이름에 관해 쓴 글로, 작가는 “덕, 섶, 잎 등 이름 끝 자에 닫힌 소리가 나면 부를 때 막혀서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선, 열, 종과 같은 열린 소리를 붙이면 훨씬 부르기 쉽고 편안한 느낌의 이름이 된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작가는 “태초에 신께서 인간에게 만물의 이름 짓는 일을 맡기셨다. 우린 이미 그때부터 누군가, 무언가를 부르는 일에 몰두했을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각자의 특성을 잘 나타내면서도 부르기 좋은 이름을 지을 수 있을지 고민했을 것”이라며 이름에 대한 궁금증을 나열했다.
양희용 작가가 쓴 작품, <홀로 핀 도라지꽃>도 눈에 띈다. 이 수필은 작가가 처갓집 앞마당 시멘트를 뚫고 홀로 핀 도라지꽃을 보고 그 감흥을 적은 글이다. 도라지꽃이 흙도 물도 없는 시멘트 바닥을 뚫고 어떻게 피었을까?
작가는 “홀로 핀 꽃은 마당에서 채종하던 과정에 씨가 바람에 날려 시멘트 바닥 틈새로 들어가 스스로 성장하게 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작가는 도라지 꽃을 안타깝게 여긴다.
“태어난 밭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과 타향살이에 대한 서러움으로 줄기가 점점 말라간다. 고향을 등지고 객지에서 살았던 우리 가족과 같은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도라지꽃을 폰으로 찍어 자신의 컴퓨터 배경화면과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교체해 놓을 만큼 마당에 홀로 핀 도라지꽃을 사랑한다.
한편 변종호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은 발간사에서 “잘 모르면 수필이 쉽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절대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은 아니다.”며 “인생 여정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무시로 입었던 상처를 참아내며 다져진 사유와 내용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연유로 쓰면 쓸수록 어려운 게 수필이다.”라고 수필 쓰기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변종호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수필과비평작가회의는 월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한 작가들의 모임체다. 회원들의 글을 모아 매년 1회 동인지를 발간한다. 이번호 출판기념회는 8월 27일~28일 충북 진천군 청소년수련원에서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하계세미나와 함께 열린다. 이날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임시총회와 함께 제17회 황의순문학상, 제22회 수필과비평문학상, 그리고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한 신인상 시상식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