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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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 블루스 표지 |
강명수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법성포 블루스>가 출간됐다. 시집 ‘법성포 블루스’는 굴비 생산지로 유명한 전남 영광군 법성포의 작은 항구에서 일어난 일, 즉 어부들이 잡은 굴비를 배에서 내려 손질하고 엮어 세상의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총체적인 삶의 과정을 시로 승화시킨 것이다.
시집에는 자연과, 인생 삶, 동물, 종교, 그리고 하찮은 벌레들의 움직임 등, 여러 주제에 54편의 주옥같은 시가 담겼다.
강명수 시인은 “이렇듯 언어의 집을 짓는다.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음악 같은 내 삶의 이력, 시의 율동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항해는 미래 진행형일 것이다”라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차상환 시인 겸 한양대 겸임교수는 해설에서 “「법성포 블루스」에는 ‘법성포’의 아름다운 정취가 수려하게 펼쳐지는 속에 우리 삶이 가진 녹진함이 절절이 배어져 나온다”며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이 고통스러운 삶의 애환을 음악으로 실어 나르던 블루스는 우리나라의 한과 신명에 맞닿아 있다.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그 생의 고통을 견디면서 신명이라는 흥을 잃지 않는 우리네의 인생살이가 그렇지 않은가. 느린 곡조에 장조와 단조가 구별되지 않는, 슬프면서도 흥겨운 블루스와 같은 삶이 우리의 마음을 휘감는다. 이렇게 ‘어부들’의 삶과 ‘굴비들’의 삶은 공명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인은 ‘덕장’에 매달려 바닷바람에 눅눅하게 숙성해 가는 ‘굴비들’에게 우리의 고단한 삶을 읽어 내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우리네 인생살이에 따듯한 위로를 보내는 것이다. 여기서 그의 ‘굴비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차상환 교수는 이어 “강명수 시인은 일상의 풍경과 사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인간의 삶이 가진 의미를 드러낸다”며 “강 시인의 시에는 바다의 모래톱에서 망연하게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표정이 있다. 끈적끈적한 땀 냄새와 눈가에 흘린 눈물 자국, 헛헛하게 지어 보이는 씁쓸한 웃음, 그 인간의 체취를 넘어서 삶에 대한 무한 긍정과 함께 깨달음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있다”고 평했다.
김동수 백제예술대 명예교수는 강명수 시인의 시는 “경험적·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순수 직관으로 전회(轉回)하여 자기 느낌에 충실한 동심이다. 곧 상상력과 상징으로 직조(織造)된 언어의 축제라 할 수 있다”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실존의 현장에서,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존재의 이면을 투시하여 생의 비의(秘義)를 통찰한다. 기계적으로 반복된 일상에 둔감해진 우리의 지각이나 인식의 껍질을 벗고 미적 가치를 새롭게 창고하고 있다”고 강 시인의 시적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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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수 시인 |
바람이 산등성이 아래로 해를 밀어 넣는다
산등성이를 기어오르는 갈대꽃들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허연 갈기를 흔들고 있다
갯벌은 하루의 고단함을 슬며시 풀어놓으며
삐져나온 마지막 햇살을 깔고 드러눕는다
덕장엔 어부들의 그림자가 매달려 있다
젖어 드는 짠바람 물고 엮어진 굴비들이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밤마다 휘황찬란한 크루즈를
목 늘여 바라보면서 한숨으로
하루를 헤쳐 나갈 지느러미는 투덜댄다
물 없는 세상에서 새로운 리듬을 익힐 때까지
바닷바람이 수놓은 별빛을 쓰윽 끌어당겨
뜬눈으로 검은 밤의 스텝을 밟는다
- 「법성포 블루스」 전문
초여름 밤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목청껏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소리로 엮은 새끼줄이 팽팽하다
갑자기 왼쪽 논 개구리들의 환호성
소리 폭죽을 터뜨린다
방금
오른쪽 논의 개구리 소리 줄이 왼쪽으로 기울었나 보다
- 「줄다리기」 전문
※ 강명수 시인은 전북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201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인이 되었다. 제1회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