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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타민

[시가 있는 세상] 오순복 ‘축제에서’외 1편..
문학여행

[시가 있는 세상] 오순복 ‘축제에서’외 1편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3/03/21 15:19 수정 2023.03.21 15:26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오순복 시인

1. 축제에서

달빛 아래 박꽃이 하얗게 피어날 때
시골은 말 건넬 사람이 없어 외로워 죽고 도시는 너무 많은 소음들로 혼이 빠져 죽고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시고
사람은 대화로 관계를 엮어나가는데

불통 시골 외로움만큼이나
수만 명 도시의 고독도 만만치 않네

호숫가를 걷지 못한 아쉬움
소줏병 그득 쌓인 환락의 밤

피난민을 방불케 하는 인파 속 오도 가도 못하는 갇힘
천국 문도 이렇게 북새통일까?
천국 문이 이렇게 통과하기 어렵다면 과연 문제로고

무르익어 시간을 꽂은 꼬치구이
달달한 마음을 부친 옥수수전
꽃보다 아름다운 축제의 마지막 밤
여독인지 고독인지 이유 모르게 스스르 감기는 눈

2. 웬만하면 풀꽃보다

우리는 하루만 게을러도
악취 풍기며 후질그레해지나
풀꽃은 살아 있는 동안 한결같이 싱그럽고 향기롭다

우리는 기온이 1도만 바뀌어도
덥다 춥다 호들갑이나
풀꽃은 이글거리는 폭염에도 꼿꼿이 녹아내리지 않고
오싹 소름 돋는 새벽이들에도 청초히 살랑거린다

우리는 저항 한 번 못하고 놓쳐버리지만
풀꽃은 단단히 붙잡고 순순히 뽑혀주질 않는다
호미에 짓이겨도 뿌리는 끝내 남아 있다
부활을 꿈꾸며

우리는 조만간 인구가 줄어들어
더 이상 사람 없는 황야가 된다 하더라도
풀꽃은 온 땅을 뒤덮어 지구를 정복할게다

오순복 시인은
∙동서커피문학상(시), 불우현추모백일장 수상
∙월간『한맥문학』시 등단 및 한맥 동인, 내장문학 동인, 전북문협, 전북펜문학,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 회원, 한국여성시 정읍지부 회원
∙매창주부백일장 차하, 전국근로자예술제 문학부문 수필 동상 수상.
∙첫 시집 『냅둬 그게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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