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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세상] 탁귀진 ‘청보리밭’외 1편..
문학여행

[시가 있는 세상] 탁귀진 ‘청보리밭’외 1편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3/03/21 23:48 수정 2023.03.21 23:53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탁귀진 시인

1. 청보리밭

청보리밭에 서면
푸른 생명의 냄새가 난다
연록색 갈기 펄럭이며
올라오는 이삭마다
한겨울 잠 속의 꿈을
푸른 이야기로 풀어놓는다

청보리밭에 서면
종달새의 노래가 들렸지
보리밭도 그대로고
나도 여기 있는데
그 많던 종달새는 다 어디로 갔을까
돌아보니 왁자하게 놀던
고샅길에 동무들도 없구나

청보리밭에 서면
수꿩의 외침이 들린다
푸드륵 날개 소리에 놀라
아차 하고 돌아보면
저만큼 달아나던
꺼병이들의 행렬 뒤로
초여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지

청보리밭에 서면
청맥죽 냄새가 난다
허리끈 졸라매던 보릿고개
한 그릇 죽으로
허기를 달래던
할머니의 땀 냄새가 그립다

 


2. 개나리

어느 돌팔이 작명가의 실수일까
네 사촌도 영춘화라 부르는데
서둘러 봄을 알리는 화사한
네 이름이 어찌 개나리란 말이냐

이름이 좋아 예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예뻐서 아끼느라 그랬을까
귀한 집 자식들을 개똥이 쇠똥이 하듯
너도 그리 불렀을까

봄이 오자마자 진노랑 꽃으로
앞마당을 훤히 밝혀주는 네게 어울리는
향토색 짙은 예쁜 이름이 없을까

서민적 자태로 피어
출입하며 너를 볼 때마다
네 밝은 웃음에 위로받는 내가
갖가지 이름을 갖다 대어도 개나리구나

 

※탁귀진 시인 약력
∙월간 『시사문단』 시 등단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작가
∙한국문인협회 정읍지부 회원
∙빈여백 동인
∙2020년 북한강문학제 추진위원
∙제15회 빈여백동인문학상 수상
∙시집: 『징조의 조각구름』, 공저 『봄의 손짓』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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