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비타민

[시가 있는 세상] 장태윤 ‘꼬리 자르기’ 외 2편..
문학여행

[시가 있는 세상] 장태윤 ‘꼬리 자르기’ 외 2편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3/06/24 19:21 수정 2023.06.24 20:24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장태윤 시인

1. 꼬리 자르기

생명의 위기에 처하면
도마뱀은 꼬리를 잘라내어
파닥거리게 한다

상대방의 시선을 돌려
모면해 보려는
극단적인 꼬임수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며
흔히 보았던 것이라
낡은 방법인가 여겨 왔는데

문화가 발달한 요즈음
인간 사회에서도
더러 먹혀들어가나 보다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몸통은 빠져나가고
꼬리 자르기만 한다

도마뱀이 개발하여 써먹은 방법
그대로 이어받아 써먹은 이들
누구를 질식시키려 하는가.

 

 
2. 나주(羅州)

소리 없이 굽이굽이
흐르는 영산강

옛 정취 가득
오르내리는 황포돛배

나주 곰탕
영산포 홍어거리

삭힌 홍어만큼이나
톡 쏘는 남도 사투리

세월이 할퀴고 갔어도
간직하고 있는 삶의 모습

가을 짙은 나에게도 차려준
끈끈한 즐길거리.


3. 단오제

전주 덕진 연못 주변에서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미풍양속
수릿날 행사가 있었지

교통수단이 불편했어도
짬을 내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멀리 가까이서 모여든 이들

하늘 자락 잡을듯
높이 높이 그네타기
씨름이며 노래 장기자랑
건강의 염원 한 벌 걸치고
다리 밑에서는
창포물에 머리 감기 목욕하기

먹을거리 즐길거리
체온에 배어 꿈틀거리는
끈끈한 민속놀이

잡힐 듯 잡아내지도 못하면서
떠오르는 상념
되작거려보는 그 세월


⦁장태윤 시인은 전북 임실군 운암에서 출생하여 전북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문인협회, 임실문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난꽃 바람꽃 하늘꽃』 외 12권을 상재했으며, 국민훈장 목련장, 전북예술상, 해양문학상 외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비타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