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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C 3와 국제입양: 진실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국가의 공적 책임이다

뉴스비타민 기자 deok1506@daum.net 입력 2026/05/14 05:33 수정 2026.05.14 05:44

[뉴스비타민=뉴스비타민기자]

 

TRC 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3기)는 국제입양인들이 직접 제출한 사건 기록만 조사 대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그런 방식으로는 진실의 상당 부분이 반드시 조사 밖에 남게 된다. 모든 입양인이 공식적인 신청을 할 수 있는 힘과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절차 자체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살아가며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혹은 수십 년 동안 과거의 상처를 다시 열어보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남는 데만 집중해 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행정적 침묵이 그들의 기록이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이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권침해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의 지침과 피로가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5월 8일 진실화홰위원회 앞에서 입양인부모와 단체들의 연대 기자회견

대한민국은 약 20만 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보냈다. 특히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규모 국제입양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미 여러 조사와 증언을 통해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났다. 부모가 살아 있음에도 고아로 기록된 사례, 불분명한 동의 절차, 수정되거나 위조된 서류, 바뀐 이름과 생년월일, 사라진 기록들이다. TRC 2에서도 국제입양인 367명이 진정을 접수했고, 그중 56건에서 인권침해가 인정됐다. 이는 국제입양 과정의 문제가 일부 개인의 착오나 오해가 아니라 실제 존재했던 구조적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질문도 남는다. 367건이 과연 수십만 명의 역사를 대표할 수 있는가. 그래서 TRC 3는 단순히 신청된 사건만 검토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국제입양인의 기록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입양기관, 고아원, 병원, 법원,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 누락된 서류와 설명되지 않는 신원 변경, 앞뒤가 맞지 않는 날짜, 사라진 부모 정보, 의심스러운 유기 기록들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입양인 한 사람에게 진실 규명의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일에 가깝다.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 배진시와 나는부모다협회 대표 김수빈

입양인은 자신의 이름을 알기 위해 애원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출생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평생 싸워서도 안 된다. 왜 자신이 타국으로 보내졌는지를 홀로 추적하며 살아가게 해서도 안 된다. 진실은 신청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먼저 보존하고 준비해야 할 공적 책임이다. 어떤 입양인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날이 왔을 때, 대한민국은 침묵과 물음표로 가득한 기록이 아니라, 검증되고 정리된 진실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해외로 보내진 아이는 결코 자신의 역사에 대한 권리를 잃지 않는다. 50년이 지나도 그렇다. 아직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그렇다. 그 진실이 누군가에게 불편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벨기에 입양인 김미소씨

언젠가 한 입양인이 국가에 물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왜 나는 내 나라를 떠나야 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더 이상 국가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

마리 P.
몽테뉴해외입양연대(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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