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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세상] 박갑순 ‘검은 밤 흰자위’..
문학여행

[시가 있는 세상] 박갑순 ‘검은 밤 흰자위’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3/03/17 00:51 수정 2023.03.17 00:54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박갑순 시인

밤하늘에 떠 있는 하얀 달은
잠들지 못하는 하늘의 눈

저녁 내내 이슬을 맞으며
이집 저집 창문을 기웃거리다가
홀로 잠이 든 방에 들어가 쪽잠을 잔다

시난고난 살아가는 몸이지만
갑자기 통증이 한곳으로 쏠리는 날
섬짓한 두려움으로 온통 흔들리는 일상
어둡고 긴 밤은 서서히 잿빛이 된다

폭신한 베개에 머리를 뉘어도
깊은 잠을 담지 못하는 흰 눈동자는
검은 밤을 힘겹게 깜박이고 있다

불안하고 힘이 들어
머릿속에 켜진 육십 촉 백열등
식별되지 않는 어둠은 더 환해지고
긴장한 몸속 세포들은
검은 밤을 하얗게 탈색시킨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생각
얼키고설켜 끝을 알 수 없다
편안한 잠을 내몰고 차지한 어둠 속에서
흰 달이 감겼다 뜨기를 반복한다


∙박갑순 시인은 1998년 『자유문학』 시, 2005년 『수필과비평』 수필 등단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 수필집 『꽃망울 떨어질라』,
∙투병기 『민머리에 그린 꽃핀』, 동시집 『아빠가 배달돼요』,
∙월간문학상, 미래문화상(문학 부문), 완산벌문학상, 부안문학상 수상
∙현재 교정·교열을 전문으로 하는 〔글다듬이집〕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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