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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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무늬’ 표지 |
지천에 야생화가
솔바람에 사운대고
드높이 종달새가
노랫말로 춤을 추던
살그미
두 눈 감으면
떠오르는 내 고향
풀잎을 톱질하던
밤벌레가 시를 쓰고
볼풍선 개구리가
소야곡을 낭송하면
허공에
반딧불이가
발레하던 시냇가
젊어서 청맹과니
나이 드니 무장무장
어릴 적 고향 내음
두 눈앞에 쏟아지면
추억은
무성영화로
새록새록 그립다
-「그리움의 무늬1」 전문
전북 장수 출신 박창호 시인이 맑고 순수한 시어로 삶의 향기가 가득한 여섯 번째 시조집 <그리움의 무늬>(북매니저)를 출간했다.
시조집은 총 6부로 나뉘어 전체 112편을 수록했다. 1부 ‘그리움의 색상’, 2부 ‘그리움의 빛깔’, 3부 ‘그리움의 내용’, 4부 ‘그리움의 궤적’, 5부 ‘그리움의 섭리’, 6부 ‘그리움의 질감’ 등 시조집은 온통 그리움으로 채색되어 작품 곳곳마다 시인의 마음이 투영되고 있다.
그리움은 사랑하는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영혼의 에너지다. 특히 박창호 시인은 고향에서의 그리움을 절절하게 풀어놓는다.
캄캄한 허공 속에 맥없이 아른아른 천정을 빙빙 돌던 어린 시절이 꿈틀대면 저 멀리 두고 온 고향이 아른거리고, 어릴 때 놀던 고샅이 선명하게 스쳐 가면 수시로 눈앞에 일렁이는 죽마고우는 세월이 흘러갔어도 그리움만 포동포동하다. 달뜨면 떠오르는 그리운 고향 친구, 가슴에 묻어두었던 진주 같은 사랑 노래가 달빛이 이지러져도 그리운 소꿉친구는 무장무장 아름드리 정자나무에 탱글탱글하게 살아난다.
시인이 말하는 그리움은 어떤 대상일 수도 있고, 추억일 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다. 예컨대 박 시인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꽃을 봤을 때, 그 풀꽃에게 다가가 고독한 생명력을 느끼며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다 시인은 곧 풀꽃과 친숙한 친구가 되고 풀꽃을 그리움의 대상으로 여긴다.
박창호 시인의 어린 시절은 야생마처럼 뛰놀던 자연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고향은 산과 들, 시냇가, 바위와 돌 등, 어느 하나 추억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정겨운 곳이다.
실눈 뜨고 속눈썹 세어 보면 필름처럼 스쳐 가는 추억의 장면이 마치 영화 스크린처럼 펼쳐질 것이다. 특히 쌍무지개 뜨는 광경을 보는 것만큼이나 가슴설레며 황홀한 감동은 없다고 말한다. 고샅을 자로 재며 뛰어다니던 자치기, 운동화가 떨어지도록 세어가며 끈질기게 찼던 제기,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우겨가며 반나절을 넘겨 놀던 땅따먹기, 장난감이 없어 미끈한 돌을 주워다 세워놓고 넘어뜨리며 놀던 비석 치기, 가오리연에 꼬리를 붙이고 붙여 들고 나갔던 연날리기, 대보름 달집태우기와 불깡통 돌리기, 쥐불놀이와 딱총 놀이, 널뛰기와 고무줄놀이, 공기놀이와 소꿉놀이, 물수제비 뜨고 물장구치며 유리병으로 물고기 잡던 추억은 모두 선명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박 시인의 시적 영감은 거의 자연에서 얻어진 것들이 많다.
그는 다시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지천에 버들강아지가 움터오면 눈가루 같은 조팝꽃이 언덕을 도배하고 진달래가 만발하면 콧노래 부르며 아름으로 꺾어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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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시조시인 |
박 시인은 시조집 서두에서 “변하는 사계절을 가슴에 담아놓고 밤잠도 외면한 채 그리움을 달랬으니 고뇌의 아린 산통에 출산하려 한다”며 “글재주가 미천해도 끈질긴 집념으로 시간의 허리춤에 메모지를 깔고 앉아 고뇌로 허구한 날밤을 짝지처럼 보냈다”고 출간 소회를 밝혔다.
이어서 “외로운 가시밭길 헤집어 별을 줍고 정형의 깊은 맛을 오감으로 더듬으며 달밤에 옹달샘을 찾는 머리 품도 팔았다. 설익은 이 마음을 빠끔히 열어 뵈며 미력한 글 더더욱 정진하도록 노력하겠다”전했다.
박창호 시인은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2012년『옥로문학』과『미래문학』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한국공무원문학회 이사와 전라시조문학회 이사 및 감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전라시조문학회 부회장과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조집으로『그리움의 여울』,『그리움의 뜨락』,『그리움의 산책』,『그리움이 무장무장』,『배꼽으로 읽는 시조』,『그리움의 무늬』가 있다.
지은이 박창호|북매니저| 143쪽|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