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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피어오른 두 번째 언어..
문화

달빛 아래 피어오른 두 번째 언어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5/11/15 00:18 수정 2026.01.16 03:05
박미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달의 언어로 사랑을 짓다’ 출간
섬세한 감각과 깊은 사유로 빚어낸 102편의 시 세계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박미혜 시인

전주에서 활동하는 박미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달의 언어로 사랑을 짓다》(인간과문학사, 15,000원)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제1부 ‘달의 언어로 사랑을 짓다’, 제2부 ‘빗방울 되어서라도’, 제3부 ‘꽃을 닮은 너에게’, 제4부 ‘징검다리 약속’, 제5부 ‘개보다 못한 날들’, 제6부 ‘처음 피아노를 치던 날’ 등 총 10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들은 다양한 어휘력과 섬세한 언어 감각,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존재와 사랑, 삶과 시간의 미묘한 결을 탐구한다.

시집 제목 ‘달의 언어로 사랑을 짓다’부터 이미 한 줄의 시처럼 울림을 준다. 밤하늘과 달, 은실 같은 그네 위에서 두 존재가 서로를 품는 장면을 담은 이 시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존재의 확장으로 포착한다.

많은 문화에서 달은 신성한 존재, 신의 현현, 영혼의 세계와 연결되는 상징적 존재였다. 차고 기우는 달의 모습은 탄생과 성장, 소멸과 재생의 주기를 상징하며, 생명과 죽음, 운명, 여성성과 연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징성 덕분에 밤하늘의 달은 인간의 감정, 고독, 그리움, 사랑, 희망을 투영하는 대상이 되었으며, 시와 노래, 설화 속에서 멀리 있는 사람을 떠올리거나 마음의 상태를 비유하는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시인은 섬세한 감각과 리듬으로 몸과 마음, 영혼의 합일을 표현하며, 연인의 숨결이 공중에 부유하는 달그림자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특히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너는 나고, 나는 너였다’라는 구절은 사랑의 초월적 합일을 보여주며, 이어지는 ‘차오름’의 이미지로 사랑이 의식과 세계를 넘나드는 우주적 체험임을 강조한다.

 

은유와 시적 이미지가 촘촘하게 엮인 이 작품은, 읽는 이에게 사랑의 깊이와 시간, 존재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밤과 달을 매개로 한 사랑의 서정은, 고요하지만 강렬하게, 인간과 세계의 경계를 부드럽게 흔든다.


“밤의 가장 얇은 뼈마디에 / 투명한 줄을 걸었다”라는 첫 구절에서 시인은 밤을 생명체처럼 의인화하며, 아주 섬세하고 긴장된 순간을 설정한다. ‘뼈마디’와 ‘투명한 줄’은 동시에 불안정함과 가벼움, 유리 같은 정서를 담고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 너는 나고, 나는 너였다”에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융합되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시인의 시선은 물리적 사랑을 넘어 영혼과 감정의 일치로 확장된다.

△시집 『달의 언어로 사랑을 짓다』표지 
시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달과 그네는 순수하고 신비로운 사랑의 상징이다. ‘은실 같은 그네’ 위에서 두 존재가 나란히 앉는 장면은, 인간적 사랑을 넘어 초월적,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영적 결합을 표현한다.

 

시인은 밤하늘을 캔버스로, 달을 사랑의 등불로 삼았다. 연인의 몸과 마음이 은실 같은 그네 위에서 나란히 흔들릴 때, 서로의 숨결은 하나로 겹쳐지고, 시간과 그림자가 부러진 공중에서 사랑은 차오른다. 이 시는 사랑의 합일을 통해 존재와 세계가 연결되는 순간을 초월적 서정으로 포착하고 있다.

 
박 시인은 “언제부턴가 단어들은 저 혼자 울고, 웃고, 그러다 이내 고요 속으로 스며들었다”며 “그 조용한 속삭임을 종위 위에 조심스레 옮겨 적다 보니, 두 번째 시집을 건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여전히 어렵고, 좋은 시는 더더욱 멀고도 아득하지만, 그럼에도 시를 사랑하고 기다려준 이들을 생각하며 이 작은 책을 조심스레 내민다. 부디 이 시집이 당신의 어떤 고요한 저녁에 무심코 펼쳐져 잠시 머물러도 좋은 쉼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미혜 시인은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18년 월간 《한맥문학》 11월호에 시 ‘11월의 어머니’, ‘그 눈빛’, 외 3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전북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전북위원회,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 등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오며, 끊임없는 시적 탐구와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왔다.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전북위원회 사무차장과 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차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는 첫 시집 『꽃잎에 편지를 쓰다』와 이번 두 번째 시집 『달의 언어로 사랑을 짓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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