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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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 그린 삶’ 표지 |
교육 현장을 떠나 서른 해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를 써온 노시인의 열정이 서른여덟 번째 결실을 맺었다. 전주교육장을 지낸 김계식 시인(87)이 자신의 인생 궤적을 오롯이 담아낸 새 시집 『시로 그린 나의 삶』(인간과문학사)을 상재했다.
이번 시집은 단순한 작품집을 넘어, 구순을 목전에 둔 시인이 매일 아침 요가와 오후 근력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밤마다 시로 일기를 써 내려간 30년 ‘수행’의 기록이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섯 가지 주제로 변주하며 총 75편의 시를 정교하게 배치했다. 각 장마다 15편씩 담긴 시들은 바람처럼 왔다가 정으로 머물고, 한으로 맺혔다가 기운으로 솟아 소망으로 수렴되는 우리네 인생의 ‘구성진 조각’들을 상징한다.
제1장 [風] 봄꽃의 향연: 생의 환희와 자연의 생동감
제2장 [情] 넉넉한 마음: 세상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
제3장 [限] 아까운 세월: 흐르는 시간 앞에 선 인간의 고독
제4장 [氣] 옹근 그리움: 흐트러짐 없는 내면의 단단한 힘
제5장 [願] 알뜰한 파동: 삶의 끝자락에서도 놓지 않는 간절한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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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계식 시인 |
어지럽게 널려 있는
엄동설한의 앙상한 연방죽
백로 한 마리 날아들어
얼음판 위에 외발로 서서 목을 움추린 채
지난해에 익힌 유연불삽(柔軟不澀)을
되새기고 있는지
정물화의 그림처럼 움직임이 없는데
그래도 저 아래 깊은 뿌리에서는
잎 피울 일 꽃 피울 일
연밥 익힐 일을 구상하느라
제 몸피 불릴 생각도 잊고 있겠지
한 해(年) 주기로
새로운 삶을 엮어 나가는 너희를
한없이 부러워하는 인생만
차가운 바람만 불어닥치는 난들에 서서
새로운 것 하나도 없는 또 한 해를
제 마음과 아랑곳없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지
- 시 「연밭에서 맞은 새해」 전문
이 시는 황량한 겨울 연밭에서 마주한 자연의 순환 원리와 인간의 관성적인 삶을 성찰한다. 겉으로는 폐허 같지만 속으로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연뿌리의 역동성을 통해, 외형적 성장이 아닌 본질적인 자기 혁신만이 진정한 새해를 맞이하는 길임을 묵직한 필치로 전하고 있다.
김 시인은 책머리에서 “50년간 몸을 단련하고 30년간 시로 일기를 썼다”고 소회를 밝히며, 선인들의 평가 기준이었던 ‘신언서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후천적 노력인 언(言)과 서(書)를 통해 인간의 표현과 이해 능력이 완성된다는 철학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1939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2002년 전주교육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창조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한국문인협회, 전북문협, 전북시인협회, 전주문협 등 다수의 문학 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한국창조문학대상, 한국예총회장상, 전북PEN 작촌문학상, 전북문학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 시선집 『자화상』, 『청경우독』 등 이번 신간을 포함해 총 38권의 저서를 펴내는 등 한국 최다 출판 기록을 경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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