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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타민

[시가 있는 세상] 박미혜 ‘강물에게’ 외 2편..
문학여행

[시가 있는 세상] 박미혜 ‘강물에게’ 외 2편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6/06/07 16:03 수정 2026.06.07 16:22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박미혜 시인

1. 강물에게

하루가 번져가는 햇살을 활짝 열어본다
밝은 빛이 한줌 창문에 내려 앉고
기쁨 마음 꽃잎으로 피어
살랑이는 바람에도 웃음이 묻어난다

슬픔이 빗물 되어 조용히 떨어지는데
내 마음 유리창을 적신다
잊고 싶은 날에도
품에 안고 싶은 날에도
이제는 강물에 조금씩 흘려보내리

길어진 그림자가 발걸음을 따라온다
되돌아보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지나간 날들이었겠지

오늘도 그런 하루가 강물이 된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바람은 목덜미를 스친다
그 이름 강물 아무도 없는
낡은 창문을 뚫고 햇살을 마주한다


2. 도서관

조용히 문을 열고
책과 마주 친다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페이지 속
반짝이는 눈동자들

손끝으로 깨운 마음을 한켠씩 넘기며
먼 길 걸어온 숨결들이
조용히 내게 말을 건네온다

익숙해지도록 한 권의 언어를
가슴으로 읽고 나면
내 안에 작은 봄싹이 하나 둘
햇살처럼 몸을 틔운다

나는 페이지의 숨은 고독을 안다
지금 이 순간
또 하나의 낯선 찬란한 거인이
내 안 어디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3. 그대여 1

그대 생각으로 가득한 날이면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그대여,
말없이 흘러가는 구름에게
살며시 말을 걸어보지요
그대의 안부를
홀연하게 전해달라고

그대여,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그대의 얼굴이
내 마음속에서 흔들립니다
그리움이 잎새처럼 떨리고
그 향기가
단순한 향기가 아니길 바라며,
나는 바람에게 속삭입니다
그대 곁 스쳐 온 울림을 달라고

그대여,
오늘도 나는
별의 눈물이 목을 타고 내려
머뭇거리지 않는 순리에 말을 걸며
고운 그대를 생각합니다


∙박미혜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2018년 월간 『한맥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등단 이후 『전북문단』, 『전북펜문학』, 『전주문학』, 『시의 땅』, 『신문학』 등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으며, 다채로운 시적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국제PEN한국본부 및 전북위원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및 전주지부 회원,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꽃잎에 편지를 쓰다』, 『달의 언어로 사랑을 짓다』가 있으며, 제9회 전북신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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