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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중학생 아들의 눈물을 닦아준 어머니의 바느질....
문화

[신간] 중학생 아들의 눈물을 닦아준 어머니의 바느질... 유종인 수필집『쑥베 반바지』출간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6/03/06 08:28 수정 2026.03.06 10:08
가난의 결핍을 사랑으로 치환한 희수(喜壽)의 서사적 기록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수필집 ‘쑥베 반바지’표지
척박했던 시절, 자식을 위해 긴 바지를 서슴없이 잘라내던 어머니의 거친 손길이 한 권의 유려한 수필집으로 재탄생했다. 전주 효정중학교 교장을 역임한 유종인 작가가 첫 수필집 『그날의 합창』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 『쑥베 반바지』(수필과비평사·15,000원)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수필집은 단순한 과거의 회상을 넘어, 사물에 투영된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사랑과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생명력을 밀도 있게 담아낸 ‘서사적 수필’의 전형을 보여준다.

표제작의 모티프가 된 ‘쑥베 반바지’는 저자의 유년 시절을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상징물이다. 수업료를 내지 못해 남들 다 입는 반바지조차 맞출 수 없었던 가난한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아끼던 긴 바지를 ‘쑥 쑥’ 잘라내 반바지를 만든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어머니의 행동을 ‘희생적 창의성’이라 명명한다. 아픔을 내색하지 않고 비시시 웃음으로 슬픔을 함양(涵養)했던 한국적 어머니의 절제미는 투박하지만 단단한 저자의 문체와 만나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어머니의 바느질이 해어진 옷을 기웠듯,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해어진 유년의 기억을 기워 인생의 아름다운 장식으로 변모시켰다.

책은 총 6부, 58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1부 ‘강물은 흐르는데’ 2부 ‘내가 살아 있어야!’ 3부 ‘희미한 달빛 속에서’ 4부 ‘눈시울을 적시게 한 노래’ 5부 ‘미래 인류를 꿈꾸며’ 6부 ‘젊은 병사의 마음’.

△수필가 유종인
작품 전반에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이라는 거대 담론이 흐른다. 아홉 남매 중 셋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어머니의 한(恨)과, 경제적 논리에 밀려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작가의 시련 등 개인의 역사가 민족의 수난사와 궤를 같이하며 묵직한 시대적 무게감을 더한다.

올해 희수(喜壽·77세)를 맞이한 유 작가는 머리말을 통해 “인생 사계절 중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니 삶의 추위가 느껴지지만, 글밭에서 희로애락을 맛본 것이 무엇보다 잘한 일이라 여긴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글쓰기를 통해 작가가 되었고, 멈추지 않고 삶을 다듬어온 이 길을 선택한 것이 흐뭇하다”며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전북 정읍 출생인 유종인 작가는 2015년 월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하여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아람수필, 교원문학, 우리문학, 전북수필,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5년 제2회 우리 문학 수필 부문 본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으로 『그날의 합창』, 『쑥베 반바지』가 있다.

과거의 아픔을 현재의 아름다움으로 치환해내는 그의 ‘기억의 힘’은,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탱하는 따뜻한 서정적 뿌리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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