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비타민

[시가 있는 세상] 강정숙 ‘은수씨’ 외 1편..
문학여행

[시가 있는 세상] 강정숙 ‘은수씨’ 외 1편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5/09/29 22:25 수정 2025.10.03 09:48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강정숙 시인

1. 은수씨

다정다감한 그녀는 다알리아를 닮아 있었다
그녀가 이 소읍(小邑)인 우리마을에 왔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집에 잠시 머물기 위해
왔지만 금방 마을사람이 되었다 윗집, 옆집 홀로 사시는 분들의 벗도 되어 주고...
이른 아침 수돗가에서 야채를 씻고 있는 나에게도,
창문 너머로 샌드위치를 건넨다거나 커피를 마시자며 부르기도 하고,
그녀는 아홉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새엄마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막내 여동생을 낳고 새엄마는 가버렸지만 자매간의 관계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막역한 사이라고...참 곱기도 하다
오늘도 은수씨는 다알리아가 있는 꽃밭에서 풀을 뽑으며 인사를 건넨다

올해엔 꽃씨들을 더 많이 받아 놓아야겠어요.


2. 까뮈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문맹의 절름발이
입만 열면 욕하는 외할머니
보이기만 하면 때리는 삼촌

전쟁에서 아빠를 잃고
무너지는 엄마를 지켜봐야만 했던 열 살
우주가 해체되는 것만 같다

지독한 편두통과
소통하고 싶지 않은 세상
자신에게 갇혀 사는 삶은 몽롱하다

감각을 마비시켜
자신을 보호해야만 했던

아프디 아픈 세상에서
사람들은 영원한 이방인

오늘도 끝나지 않은 전쟁
지구의 한끝에서는
어린 까뮈가 울고 있다.

⦁강정숙 시인은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전주대학교를 졸업하고, 2023년 계간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비타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