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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형식을 빌린 철학적 사유…전오영 작가《사유의 여백..
문화

서평의 형식을 빌린 철학적 사유…전오영 작가《사유의 여백》출간

신영규 기자 shin09ykkk@hanmail.net 입력 2026/01/11 23:25 수정 2026.01.11 23:32
동서양 인문 텍스트 40편, ‘여백’으로 인간을 다시 묻다

[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전오영의 서평집 ‘사유의 여백’ 표지

시인이자 수필가 전오영이 서평집 《사유의 여백》을 펴냈다. 동서양 철학서와 정치·인문 텍스트를 읽고 남긴 40편의 짧은 평문을 4부로 묶은 이 책은, 외형은 서평집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철학적 사유의 성격이 짙다. 텍스트를 설명하기보다 질문하고, 해석하기보다 사유의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 때문이다.

《사유의 여백》에서 전오영은 책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각각의 텍스트는 세계와 인간을 다시 사유하기 위한 계기로 작동한다. 저자는 동서양 사유의 흐름을 가로지르며 존재, 권력, 타자, 욕망, 언어와 같은 철학적 주제를 삶의 감각 속에서 재배치한다. 문학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지향점은 미학보다 존재론과 윤리에 가깝다.

전오영은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의 기획 배경을 분명히 밝힌다. 그는 “거대 산업사회 속에서 인문학이 변방으로 밀려나고,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삶의 변화가 인간의 사유와 감정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사유는 점점 축소되고, 인간은 판단하는 존재에서 반응하는 존재로 바뀌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글의 형식 선택으로 이어진다. 전오영은 긴 논증 대신 짧은 평문을 택했고, 이를 ‘손바닥 서평’이라 이름 붙였다. 그는 분량의 축소가 곧 사유의 빈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짧은 글 안에서 핵심만 남길 때, 독자는 사유의 공백과 마주하게 되고, 그 여백에서 생각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여백’은 단순한 생략이나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가 고정되지 않았음을 인식하는 철학적 태도에 가깝다. 전오영은 “세계는 유동하고, 그 변화의 내부에 존재자들의 비활성적 여백이 있으며, 그 여백이 곧 희망”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규정되고 기능화되는 사회에서,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상태, 멈춤과 유보의 공간이 인간을 인간이게 한다는 사유다.

문학평론가 배귀선은 이 책에 대해 “고전과 근현대 인문학을 넘나드는 짧으나 짧지 않은 비평적 사유”라며 “무엇을 무엇이라 규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유동의 미학이 전오영 사유의 원류”라고 평했다. 이는 《사유의 여백》이 체계적 이론서가 아닌, 경계적 사유의 기록임을 보여준다.

시인 문신 역시 “이 책에서 발견되는 것은 동서양 문화를 관통해온 인류의 치열한 고독”이라며 “이제 《사유의 여백》은 저자의 손을 떠나 독자의 사유로 이어진다”고 썼다. 전오영의 글이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독자의 사유를 촉발하는 계기로 기능한다는 평가다.

전북 부안 출신인 전오영은 군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리토피아》에서 시로, 《수필과비평》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수필집 《노을 공책》에 이어 이번 《사유의 여백》을 통해 그는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더욱 분명히 넘나든다. 현재 부안교육지원청과 학생교육문화관에서 강의하며, 사유의 현장을 일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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