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신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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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옥 시인 |
이번 시집은 표제작인 ‘간월도’를 비롯해 ‘초록에 갇히다’, ‘가을 한 뼘 늘리고’, ‘시간이 박음질 하다’,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주변의 사소한 자연 현상과 일상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이를 삶의 본질과 연결하는 탁월한 서사 구조를 보여준다.
표제작인 「간월도」는 서산의 명소 간월도를 배경으로, 수면 위로 돌을 튕기는 놀이인 ‘물수제비’를 먹는 음식인 ‘수제비’로 치환하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선보인다. 시인은 물수제비를 잘 뜬다는 상대에게 “물수제비 한 그릇 먹고 싶다”고 말하지 못한 아쉬움을 ‘입덧 같은 허기’로 구체화하며, 정서적 결핍을 육체적 감각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시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탁발’이라는 단어는 이 시의 백미다. 간월도는 이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인이 영혼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공양을 받는 수행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얼마만큼을 배워야 모국어를 반짝이게 빚을까”라는 고뇌는 수제비를 빚는 행위와 시를 쓰는 행위를 동일시하며, 서정시를 넘어 시인의 창작론(詩論)적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권혁재 시인은 해설을 통해 이정옥의 시세계를 “자아 확인을 위한 독백”으로 규정했다. 권 시인은 “그의 독백은 자신을 향하면서도 동시에 타자를 향해 열려 있다”며, “그가 뱉어내는 사랑과 그리움은 자신에게 회귀하여 자문자답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결국 대상으로부터 삼투압 되는 이타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인이 주관적 감상에 매몰되지 않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경환 《애지》 주간 겸 철학예술가는 이 시인을 ‘제일급의 시인’이라 치켜세웠다. 반 주간은 “이정옥 시인은 간월도에서의 연애 사건을 미화하며, ‘목울대에서 머뭇거리던 말들’을 한 삽의 씨앗으로 심어 놓는다”며, “그 씨앗이 모국어가 되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월도’를 우뚝 솟게 했다”고 평했다. 이어 “시인은 물수제비가 되고, 물수제비는 모국어가 되며, 결국 바다에 뜬 간월도 한 대접을 후루루 마시는 경지에 이른다”며 시적 상상력의 비약을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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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간월도’ 표지 |
간월도에서 걸어 나오며
그에게 물수제비 한 그릇 먹고 싶다고 말할 걸
아직도 입덧처럼 허하다
목울대에서 머뭇거리던 말말말
한 삽 그 섬에 심어 놓는다
얼마만큼을 배워야 모국어를 반짝이게 빚을까
간월도에서 물수제비 한 그릇 탁발한다
바다에 뜬 간월도
한 대접 후루루 마신다
-간월도 전문-
이정옥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시라는 집의 기둥 하나를 세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볕 좋은 곳, 바람 잘 드는 곳으로 문을 내어 사람이 드나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는 시를 짓는 과정을 집을 짓는 숭고한 노동에 비유한 것으로, 독자들과 따뜻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시인의 진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충남 서산 출생인 이정옥 시인은 2003년 ‘서산여성문학’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0년 계간 《애지》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정식 등단했다. 이후 2023년 ‘서산 시와 함께 걷는 길’ 수상, 2024년 제11회 애지문학작품상을 수상하며 지역과 중앙 문단을 잇는 실력파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의 숨결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새겨 넣는 이정옥 시인의 첫 시집 《간월도》는,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영혼의 허기를 달래줄 따뜻한 ‘모국어 한 그릇’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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